내 나이 45세가 넘어가니 흰머리가 한두개쯤 보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흰머리를 언제 어떻게 맞딱뜨리는 가에 따라 그 자연스러움은 전혀 다른 문제로 다가왔다.
작년 이맘때 즈음, 여느날과 다름없이 출근길에, 회사건물 엘리베이터안 거울을 보다가 가르마 사이로 삐죽 올라와있는, 이제 막 자라서 그 길이가 길지도 않은 흰머리를 발견했다. 길이가 길지도 않아서 바로 뽑아버릴수도, 그렇다고 그냥 두기에도 애매해서 이걸 어쩐다 하고 생각만 하고 말았다.
그 순간을 동년배의 다른 친구들의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20대 때부터 유전적 혹은 집안 내력으로 새치가 많았던 친구, 긴머리 사이를 들춰보면 이미 흰머리가 군데 군데 자라나서 간신히 위에 있는 긴머리로 감추고 있다는친구, 이미 흰머리가 잡초 자라듯 꾸준히 올라와서 감추려고 염색을 주기적으로 해줘야한다던 친구 들의 이야기들이 새삼 떠올렸다.
아마 친구들의 얘기를 들을때 내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