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오후 4시경, 불꽃 공식 계정으로 메일이 도착했다. ‘(꼭 봐주세요) 저는 중학교 교사이자, 디지털 성범죄피해자입니다.’ 제목을 읽고 가던 길을 멈췄다. SOS 신호였다. 불꽃으로 일하는 이상, 모든 ‘받은 메일’들 중 최우선으로 확인해야 했다.
메일을 보낸 이는 현직 교사 ‘반디’(가명) 씨였다. 그날은 온라인 사칭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제보를 받아 기사를 쓰던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역시 교사였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온라인 폭력을 겪고 있는 교사들에게 연락이 오다니,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한 지 3년이 넘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지인 능욕이란 디지털 성범죄를 취재해 보면, 피해자 집단 중 가장 많은 직업군이 ‘교사’다.
반디 씨의 글 읽고 오기
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가해자의 선생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