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에게 있어 부모는 그 자녀의 세계를 이룬다. 세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자녀에게 있어 부모가 보여주는 것은 그 자녀의 모든 것이 된다. 그런 자녀가 어느 순간 자신의 세계인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는 시점이 온다.
20대가 되고 30대가 되어 사회에 나가 취직을 하게 되면 경제적 신체적 독립을 하게 되지만, 그와 다르게 심리적 독립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 나의 세계 전부를 이루었던 부모로부터 심리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부모로 이루어진 자신의 가치관인 세계를 깨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를 이루는 세계를 스스로 깨는 것. 그것이 쉬울 리 없다.
나의 경우 그것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자녀는 특히 자신과 같은 성별의 부모와 자신의 자아를 동일시하게 마련인데, 언제나 크고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을 이끌던 동성 부모의 앞모습을 지나, 그 뒷모습을 보게 되는 때가 온다. 어느 순간 나보다 작아지신 키, 내려 앉은 어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