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라다보니 마음 한 켠에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이 조금씩 자리잡았던 것 같다. 내가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구나를 자각했던 건 고등학생때였다. 항상 술을 마시고 고래고래 소리지르시는 아버지를 보면 증오하는 마음이 머리 끝까지 차오르다가도 아무리 미워도 아버지인데 이런 마음을 가져도 되나 하는 죄책감이 밀려와 나를 더욱 괴롭혔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나는 대학생이 되었고 갑작스럽게 독립을 하게 되었다. 처음 낯선 곳에서 나혼자 지내며 일주일간은 자주 울었다. 아버지보다는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정확히 한달이 조금 안된 시점부터는 아버지의 술주정과 고함을 안 들어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 듯 싶었다. 엄마와는 거의 매일 안부 전화를 하였지만 아버지와는 연락도 없이 지냈다. 가끔 아버지께서 서운하다며 먼저 연락을 걸어올 때도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문자로 대충 답을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