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님. 내는 2번 찍었어예.”
맥주를 갓 넘긴 목이 뜨거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빨간색 옷 정치인만 보면 용접면을 집어 던지고 싶다던 동생 P의 충격선언이었다. 본인도 말해 놓고 씁쓸했는지 소주를 단숨에 털어 넣었다. 복닥복닥한 금요일 아홉시의 한 고깃집. 사방에서 정치 얘기가 들끓었다. 희망과 비관이 교차하는 대화의 숲속에서, P와 나는 한 동안 말없이 식은 고기만 집어먹었다. 우리는 의형제 사이였다. 10년 전, 병역특례 회사 근무 당시 4주 훈련을 통해 만나 친해졌다. 내가 빚더미에 깔렸을 땐 적금까지 깨서 도와준 의리의 사내기도 했다.
“행님. 안다 아입니꺼. 내는 일 적당히 몬 하는 거.” “알지알지. 근데 그기 2번이랑 뭔 상관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