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를 쓰는 것은 어렵다. 경험을 나열해서만 될 것도 아니고 감상에 젖어있으면 읽기에도 지친다. 어떤 형식과 내용이든 수기라는 것은 쓰는 사람이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태어난다. 언젠가 나도 만들게 된다면 그 형태는 만화가 아닐까 생각했지만(만화가니까) '내 작품은 어떤 희로애락도 허구로 승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이상한 신념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쓰는 수밖에.
여러 가지 '수기 공모'라는 게 있다. 편하게 이야기하면 사연 모집이다. 각 장르에서 요구하는 주제가 있다. 남을 웃게 하거나 잠시 감동을 받게 하는 목적이라면 여러 방향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극복'을 주제로 한다면 이야기가 다른 것 같다.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는 것이다. 상과 부상이 달린 일이라면 그 기준은 더욱 중요하겠지만 나는 극복 자체를 이야기한다면 아직 한 톨의 희망의 빛을 보지 못한 이야기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나치게 솔직한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