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손으로 묵묵히 뭔가를 써 내려가는 일은,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낯선 행위다. 각종 스마트 기기들을 이용해서 글을 쓰고 녹음하고 녹음한 그 자료들이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텍스트로 재생산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언서판’이라 했던가. 글씨를 통해서 사람의 인품을 판단하곤 했던 중국 당나라 시대에, 훤칠한 용모나 아름다운 말씨, 뛰어난 판단력 못지않게, 글씨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사실 글씨체 자체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보면 좀 이해가 안 되는 면도 있지만 말이다. 스마트 기기 위주의 요즘 세상에서 글씨를 쓴다는 것, 그것도 손글씨를 쓴다는 건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단어를 고르고 정제하면서 내 정성을 다하는 행위다. 카카오톡으로 기프티콘을 보내거나 온라인으로 선물을 고르는 것과는, 깊이와 수준이 다르다. 물론 기쁜 날, 축하할 날이나 슬프거나 위로할 날 적당한 기프티콘을 보내는 것 자체가 마음이 담긴 행위이긴 하지만 손글씨엔 비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