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후로 우리 애들은 명절에 할머니 댁에 가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았습니다. 손주들 잘 되라는 할머니의 잔소리 섞인 대화 시도가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삐걱대다가 결국 냉랭한 침묵으로 분위기가 마무리되기 일쑤였습니다. 묘책으로 애들이 좋아하는 만화책을 잔뜩 가지고 할머니 댁에 가는 걸 허락했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만화책 제목은 ‘정글에서 살아남기’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이 만화책의 제목이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악질 학부모들로부터 걸핏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교사’들의 현실 때문입니다. 아이들이나, 학부모의 학교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교사들의 학교는, 분명 ‘정글’입니다.
언론에 노출된 교사들의 안타까운 현실 때문에 교사를 위하여 한 마디씩 거들 수 있습니다. 선한 의도에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애들과 할머니의 결과처럼 차라리 하지 않음만 못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위로가 목적이었기에, 따뜻한 분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