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자에요. 그리고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어요. 가족에게는 알리지 않았지만 중,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한테는 알렸구요. 원래부터 여자를 좋아한 건 아니었어요. 여중여고를 졸업했고 직장도 여초인 곳을 다녔어요. 맹세컨데 지금 사귀는 애인 외 다른 여자에게는 눈길이 가거나 설렌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무성애자인 줄 알고 살았어요.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언젠간 하겠지 하는 생각만 막연하게 들었던 것 같아요. 학교 졸업 후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친구들 중 몇 명은 연애를 시작하고 깨졌다 붙었다 하는 와중에도 저는 여전히 연애할 마음이 안 생겼어요. 남자한테 관심이란 것 자체가 아예 없었어요. 연애에도 관심없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 낸 시집을 제일 빨리 사서 읽는 거라든지 좋아하는 배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를 찾아서 개봉 첫 날 조조로 보고 오는 것만 해도 사는 게 너무 재미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