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작성하는 일기가 있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질문이 적혀 있고 5개의 대답을 쓸 칸이 마련되어 있죠. 이 일기장은 한 페이지 씩 처음부터 끝까지 넘기는 과정을 5번을 돌아야 비로소 끝나게 됩니다. 그럼 한 페이지가 하나의 질문에 대한 5년 간의 대답이 됩니다.
저는 올해가 마지막입니다. 정확히는 11월이 마지막이니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새삼 감회가 새로워서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다보니 5년이라는 시간이 누군가가 바뀌기엔 충분한 시간이 아닐까 싶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지 않을까요. 때로는 아파하고 때로는 즐거워했던 기록들을 보다보니 그때의 제가 아는 동생처럼 느껴집니다.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렇게 바라게 되는 지인처럼요.
잘 지내겠지요. 분명히.
그 애가 조금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