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여운 것들’은 과연 누구일까?

M
Mr. 맥거핀 · 난해하다는 표현을 싫어합니다
2024/03/22
영화 ‘가여운 것들(Poor Things)’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를 보면서 19세기에 발표된 두 소설이 떠올랐다. 하나는 ‘언데드 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이다. 다른 하나는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의 모험’(1883)이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피노키오는 비인간이면서 인간적 존재이지만 모두 남성이다. 반면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가여운 것들’의 주인공 벨라(엠마 스톤 분)는 여성이란 점이 차별 포인트다.
   
벨라는 영국 런던 템즈 강에 투신한 만삭의 여인이었다. 기괴한 실험을 마다 않는 의학교수 갓윈 백스터(윌렘 데포 분)는 벨라의 뱃속에 있던 딸의 뇌를 벨라의 몸에 이식해 죽어가던 벨라를 다시 살려낸다. 몸은 아름다운 성인 여성이지만 마음은 순진무구한 아기인 벨라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피노키오가 뒤섞인 그러나 성적 정체성은 여성인 존재다.
   
이후 영화의 내용은 소설이라는 장르가 처음 등장한 뒤 유행한 피카레스크(악당 소설) 양식을 따라간다. 도덕적 결함이 있는 방탕한 주인공이 파란만장한 모험 끝에 ‘회개한 탕아’로 귀향하는 공식이다. 
   
실험대상자로 집 안에만 갇혀 지내던 벨라는 바람둥이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 분)의 유혹에 넘어가 성적 쾌락에 눈 뜨게 된다. 이후 덩컨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상류사회 여성에게는 금기시된 온갖 모험을 펼치다 마침내는 사창가의 창녀가 된다. 물론 윤락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세상을 밑바닥까지 경험하기 위해서지만 자유연애론자이던 덩컨조차 질투심을 못 이겨 떠나간다.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나쁜 친구들의 유혹에 넘어가 범죄세계에 몸담게 되는 피노키오의 행적에 성해방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생이 된 황진이 코드가 가미됐다고나 할까? 그런 벨라의 모습에는 대니얼 디포의 피카레스크 소설(1772)과 로빈 라이트 주연의 동명의 영화(1996)의 여주인공인 몰 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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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공부하고, 25년간 신문기자로 일했습니다. 앞으로 25년은 작가로 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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