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4/05/15
출처 - 픽사베이
● 인간의 수명은 위대하지 않다 
   수명이 400살쯤 되는 너도밤나무는 80∼150살은 되어야 열매를 맺는다. 페터 블레벤이 『나무수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이다. 키가 2미터밖에 안 되는 나무들도 80살을 넘는다니 어미나무가 20미터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기다림의 시간이 엄청나다. 혹독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서야 숲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동나무는 일 년이 다르게 몸피를 불린다. 4∼5년만 자라도 80살 너도밤나무와 키가 같을 것이다. 그렇다고 높이를 잣대로 평가하면 두 나무가 가진 시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인간의 시간으로도 너도밤나무의 시간을 이해할 수 없다. 너도밤나무뿐일까. 나무들의 수명은 지리적 환경의 차이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나무의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하나의 시간을 기준으로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오래 사는 나무 중 하나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에 많이 살고 있는 바오밥나무이다. 5천년 정도의 수명을 갖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림포소에 있는 바오밥나무는 6천살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정확한 측정이라면 지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다. 

은행나무, 향나무, 느티나무는 천 년 이상을 산다. 세쿼이아, 일본 삼나무, 편백나무는 3000년 정도로 장수 그룹에 속한다. 소나무도 장수하는 종류인데,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사는 브리슬콘 소나무는 4천9백살이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 3천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올리브나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올리브나무도 장수 그룹에 넣어야 한다. 

한국에도 오래 산 나무들이 있다. 용문사 은행나무가 1100년, 충북 보은군 속리산 입구에 있는 정이품송은 500년을 넘었다. 천연 기념물로 지정된 강원도 정선의 두위봉의 주목은 1400살이 넘었다. 

동물계에도 인간의 시간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주인공들...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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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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