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명이 참가한 여성마라톤, 우리는 왜 달리는 것일까

유창선
유창선 인증된 계정 · 칼럼니스트
2024/05/12
건강하게 걷고 달리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이다

 지난 4일 아침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여성신문이 주최한 ‘2024 여성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여성마라톤 코스는 3km 걷기 코스, 5km 코스, 10km 코스로 나뉘었는데 나는 5km 코스를 달렸다.

달리기가 주는 기쁨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개인적인 사연을 불가피하게 알리면서 글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5년여 전인 2019년 2월에 갑작스럽게 뇌종양 수술을 했다. 수술은 잘 되었지만 뇌 깊숙히 있는 워낙 위험한 곳을 건드렸던지라 온갖 후유증 때문에 8개월 동안 병원생활을 해야 했다. 

병원에서 나와 운동으로 몸을 회복하면서 눈 뜬 것이 달리기의 세계였다. 처음에는 걷는 것 조차 힘든 몸이었지만 좋은 러닝 크루들을 만나게 되어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다리의 힘도, 심폐도 무척 힘들었지만 함께 달리는 행위가 주는 기쁨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진=유창선
그해 여름 저녁이면 한강변으로 가서 비오듯 땀을 흘리면서 달리기 연습을 했고, 5km 정도는 쉬지 않고 달리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그런데 몸이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 뇌수술에 따른 중추신경의 문제로 근육의 과도한 긴장이라는 희귀한 증상이 점차 심해졌다. 달리기도 어려웠고 운동량이 급감하게 되고 말았다. 

그래서 달리기를 포기하고 지낸 것이 지난 2년이었다. 그런데 여성신문에서 올해 여성마라톤에 함께 하자고 권유를 했다. 하지만 그동안 달리기를 중단했던지라 5km라도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러너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5km이지만, 몸의 상태가 여러 가지로 악화된 내게는 10km나 하프 코스를 달리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었다. 

다행히도 정해진 시간 내에 5km를 완주하고 완주 메달을 받을 수 있었다. 애당초 기록 같은 것을 의식할 처지는 아니었고 함께 달리는 기쁨을 나누고자 참가했던 대회였다. 그래도 걱정했던 것 보다는 괜찮은 기록으로 완주하게 되니, 자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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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시사평론을 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긴 투병의 시간을 거친 이후로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문화예술과 인생에 대한 글쓰기도 많이 합니다. 서울신문, 아시아경제,아주경제,시사저널,주간한국, 여성신문,신동아,폴리뉴스에 칼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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