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을 "버린다"고요?

Peter Bae
Peter Bae · 피터의 편지
2024/03/25
The Cuypers Library at Rijksmuseum in Amsterdam(출처:Unsplash)
종이에 인쇄된 책은 그 안에 담긴 내용 만큼이나 책이라는 하나의 물건 그 자체로도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과 지식이 자연스럼게 우리 머리 속에서 연결이 되고 "책 속에 길이 있다." 등등 책에 대한 무수한 격언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책이라는 하나의 물건에 대해서도 거의 종교적일 정도의 믿음과 경외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책을 다른 물건처럼 쓰다가 버린다는 생각에 대해 거의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러합니다. 책을 버린다는 것은 마치 제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내팽개치는 것 같고 또 뭔지는 몰라도 죄를 짓는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책을 구입하고 정리하여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출하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이들이 가진 책에 대한 생각은 일반인들과는 다를 때가 있습니다. 사서들은 “도서관에 일하시면 책 많이 보시겠어요?” 하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예, 책은 많이 보지요.” 라고 답하는 사서들이 있다면 그들의 “본다”는 의미는 질문하시는 분들의 “보시겠어요?” 와는 다른 의미입니다. 질문하시는 분들의 의미는 “읽으시겠어요?” 였겠지만 답하는 사서들의 의미는 문자 그대로 “본다”는 의미일 겁니다.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사서들은 서평이나 저자의 경력 혹은 출판사의 명망 등을 살피고 또 도서관의 장서 개발 정책에 따라 구입 결정을 내립니다. 그 책들이 도서관에 들어오면(“수서”) 그 책에 대한 정보를 전자 “목록”에 정리하고 쉽게 찾을 수 있게 “분류”하여 서가에 배치하는 과정(“배가”)을 통해 무수한 책을 봅니다. 그 모든 책들을 사서들의 다 읽을 수는 없지요. 그 책 들 중에는 분명 사서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들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업무를 다 제쳐두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있을 수는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호기심이 많고 사람이 좋아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보 기술의 변화들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11
팔로워 41
팔로잉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