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질 때는 혼자였으나 - 그 날 이후

블랙독
블랙독 인증된 계정 · 교권 침해 피해 교사입니다.
2024/04/14
2021년 이후 벌써 세 번째 3월 11일이 지났다.
다행이 올 해는 기념일 반응이 없었다.
사실 기념일 반응이라는 말을 알게 된 것도 작년 이 맘 때였다.
이상하게도 3월이 되면 더디게라도 좋아지고 있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것을 경험했다. 하루 두 세 차례 이유 없이 공황 증상이 찾아오거나 불면, 불안, 우울감이 배가 되는 일이 반복됐다.
특별히 그 날을 기억하기 위해 애를 쓴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가급적 생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런 몸의 반응이 먼저 찾아오는 것은 낯설고 불안했다.
평소 SNS에 시시쩝쩔한 일상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외부와의 거의 유일한 소통 창구였는데 이 시기 우울감을 토로하는 내 글에 아마도 '기념일 반응'이 아닐까요라고 조심스레 알려주는 이가 있었다.
그랬구나... 내가 잊으려 한다고 해서 쉽게 잊혀지는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몸이 기억하는 그 날의 기억.

사고가 난 날 당일.
머리 속은 오히려 텅 비어 멍해진 듯 했다. 대신 아이와 실갱이를 하느라 그랬는지 목과 어깨의 통증이 심해 정형외과를 방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하루 밤 사이 나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잠을 한 숨도 자지 못했고 몸은 이유 없이 떨리고 아팠다. 교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루 병가를 쓰겠다고.

학교에 못 나올 정도로 아픈가요? 흠... 일 처리를 하려면 담임  선생님이 계셔야 하는데 골치 아프게 생겼네. 아.. 뭐.. 예... 암튼 알겠습니다.

전화를 들고 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전날 교감에게 사고와 관련한 메세지를 보내고 온 터라 내심 놀라고 걱정하는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다. 물론 전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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