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노년생활]죽는 게 더 나은 병이 있을까

조유리_다나
조유리_다나 · <그런 엄마가 있었다> 작가
2024/04/16
- 영화 <스틸 앨리스>가 말하는 질병과 생의 지속성에 대해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그린나래미디어(주)

그리도 끔찍하게 느껴지는, 치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시즌2 중 눈에 띈 장면이 있다. 8화에서 극 중 소아과 의사 안정원(유연석 분)의 어머니 정로사(김해숙 분)는 어느 날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다. 친척의 결혼식에 가는 일정도 잊어버리고,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와서 현관문의 비밀번호가 생각이 나질 않아 당황하기도 한다. 자신이 치매에 걸린 것이 아닌가 불안해하던 로사는 결국 낙상 사고가 나서 병원으로 실려 가고 검사를 진행한 뒤 신경외과 의사인 채송화(전미도 분)에게 수두증 진단을 받는다. 쉽게 말해 뇌에 물이 차 있다고 할 수 있는 이 병은 결코 간단한 질병은 아니지만 수술을 하면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기억력이 안 좋아지고 자꾸 실수가 이어지는 동안 자신이 치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로사는 오히려 수두증이라는 말에, 그리고 수술하면 곧 좋아진다는 말에 안도의 깊은 숨을 내쉰다. 그리고 그의 아들은 치매를 걱정한 엄마를 보며 별 걱정을 다했다는 표정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문득 ‘이 장면을 보고 있을 치매 환자는 어떤 느낌일까’라는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수술을 해야 하는 큰 병에 걸렸음에도 단지 치매가 아니라는 것만으로 그리도 안심을 하다니, 그만큼 치매는 인간으로서 걸리면 안 될 것 같은, 지독하고 나쁜 병으로 인식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는 느낌에 입안이 씁쓸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한창 치매를 앓고 있던 시절, ‘내가 그런 병에 걸리면,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지인의 말에 깊은 상처를 받았던 적도 있다. 
   
영화 <스틸 앨리스>는 명망있는 언어학 교수 ‘앨리스(줄리안 무어 분)’가 어느 날 희귀성 알츠하이머에 걸리게 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 명의 자식과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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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육아, 교육 분야의 잡지에서 기자로 일했다. 결혼 후 힘든 육아와 부모의 질병을 겪으며 돌봄과 나이듦에 관심 갖고 사회복지를 공부한다. 저서는 친정 엄마의 10년 투병에 관한 이야기이며 본명과 함께 다정한 나이듦을 뜻하는 '다나'를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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