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은 맞은 나의 이야기3 - 교권침해? 믿음이 부서진 날

블랙독
블랙독 인증된 계정 · 교권 침해 피해 교사입니다.
2024/04/13
그 날은 2021년 3월 11일이었다.
영화에서 흔히 사고가 나는 장면을 표현할 때 일상적인 화면이 갑자기 정지하고 쩍하고 유리에 금이 가거나 조각조각 흩어지는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날벼락 같은 그 일이 일어난 지 만 3년이 지났지만 나는 그 날 그 시간의 사람들의 말투, 표정, 공기까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교직에 들어온 지 24년, 갑자기 흘러가던 시간이 정지해 버렸다. 그리고 그 날부터 내 머리 속엔 폭력의 기억이, 극도의 공포감이, 소외감과 외로움이 조각난 기억과 함께 유리 파편처럼 머리 속에 흩어져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 날은 그냥 아무 날도 아니었다.  그저 어수선한 일상의 아침이었다.
일찍 교실로 들어가 아이들을 맞이해 잔소리 대신 격려를 하고 남은 이틀도 화이팅!을 외치며 교실을 빠져 나왔다. 여느 날처럼 해야 할 일로 마음은 분주했고 할 일도 산더미처럼 많은 학기 초라 슬리퍼를 신은 내 발은 빠르게 교무실과 교실을 오갔다.

다만, 3일 째 금쪽이가 보이지 않았다.
조회를 마친 후 아이의 부재가 확인되자 곧장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역시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지난 3일 동안은 보호자와도 제대로 통화가 되지 않았다. 수업을 위해 책을 챙겨 들고 가는 동안 아이에게 문자를 남겼다. 보는 즉시 바로 연락하고 어서 등교하라고.
1교시 후 내려오니 아이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곧 학교로 갈 거예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래 오는 게 어디냐. 일단 오기만 해 다오.
2교시 수업을 들어가기 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시 문자를 보냈다. 학교에 오게 되면 교무실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수업이 끝나도 아이는 오지 않았다. 학교에 곧 도착한다는 문자만 남아 있었다.
3교시 수업을 들어가며 다시 문자를 보냈다. 꼭 오라고. 와서 꼭 나를 만나야 한다고.
수업이 끝난 후 역시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경찰관이 교무실 문을 두드렸다.
쎄한 느낌, 그들의 입에서 아이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경찰을 따라 교문 밖으로 나가보니 아이는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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