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 일기] 4. 이래 봬도 헬스인이라고요

신예희
신예희 인증된 계정 · 위인입니다
2024/03/29
헬스장, 여러분은 한 번에 몇 달 치를 결제하시나요? 나의 경우는 석 달 치인데, 헬스장 측에선 매번 할인을 더 해주겠다며 장기 등록을 하라고 꼬드긴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다. 이미 그런 말에 홀려 카드를 긁어놓곤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던 숱한 전적이 있기 때문에. 그리곤 일 년쯤 지나 엄청 민망해 하며 운동화를 찾으러 가는 식이다. 정말이지, 대한민국 헬스장에 나만큼 꾸준히 기부한 사람도 별로 없을걸.
 
그런 내가, 최근 1년 치 이용권을 과감히 긁었다. 과거의 교훈을 싸그리 잊어버린 건 아니고, 운동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욕구가 마구마구 솟아나 몸이 저절로 움직여진 것이다. 건강해야 해, 살아야 해! 이 정도로 마음이 급해진 건 처음인데, 와, 정말 그러네. 온갖 잔소리에 등 떠밀려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동해서 운동을 시작한 건 처음이다. 지난번 피검사 결과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게 어지간히 충격이었던 거지. 꽉 막힌 혈관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히 그려져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급히 가장 가까운 헬스장으로 달려가(는 거짓말,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숨차니까요) 석 달 치 이용권과 PT 수업을 결제했다. 일단은 요렇게 시작해 보자. 딱 석 달만.
 
처음엔 일주일에 두 번 가는 걸로 시작했다. 한번은 너무 적고, 세 번은… 무리 아닐까? 두 번이 딱이야. 애초에 헬스장에 가는 것 만으로도 나로선 굉장한 거니까. 그렇게 살금살금, 야금야금, 낯선 운동기구 사용법을 하나하나 익혔다. 처음엔 그렇게도 뻘쭘하더니, 어느새 헬스장 구석구석이 익숙하고 편해졌다. 몇 번이나 재등록을 했더라? 석 달에 한 번씩, 계절이 바뀔 때마다 카드를 긁다 보니 놀랍게도 일 년 반이 훅 지나갔다. 와, 이 정도 했으면 앞으로도 꾸준히 할 수 있겠는데? 꽤 자신감이 생겨, 드디어 1년 치 이용권을 결제한 것이다. 
 
요즘은 월, 화요일 운동하고 수요일엔 휴식한다. 그리고 목, 금요일 또 운동. 요렇게 일주일에 네번 가는 중이다. 어이구 장하다. 삼국지의 동탁 수준이던 체지방이 서서히 줄어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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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차 프리랜서. 글, 그림, 영상, 여행, 전시 작업에 관여합니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어쩌다 운전>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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