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기반암
2023/10/25
어릴 적 나는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지금의 내 성격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믿지 못하겠지만, 사실이다. 나는 사회성이 다른 이들보다 늦게 발달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니면 2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 학기가 시작하고 한 달쯤 지났을까, 올해에도 영락없이 친구 사귀기는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잘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일이 내 바람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바람은 망상에 가까웠다. ‘나’라는 중심 인물이 변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서사의 전개가 극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그렇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또다시 다음을 기약할 뿐이었다.
장소를 옮기면 내가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대학 때까지 이어졌다. 대학에 가면 꼭 교환 학기를 다녀오고 싶었다. 겉으로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초등학생 시절의 망상이 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