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날, 걷기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4/04/22
 날이 흐리긴 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 달콤한 잠을 포기하고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샌드위치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온 가족이 집을 나섰다. 운동화 끈을 바짝 묶고. 54주년 지구의 날을 맞아 지역에서 열린 '탄소중립 걷기대회'에 참가했다. 3일째 같은 티셔츠를 입은 듯한 남편에게 대체 그건 언제까지 입을 작정인지 물었다.

 “이것도 탄소중립의 일환이야! 물이랑 세제도 아끼고, 전기도 아끼니 얼마나 좋아?”

 걷기 전 국기에 경례와 애국가 제창이 있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참으로 오랜만에 불러보는 애국가였다. 해가 없어 걷기에 더 좋은 날씨였다. 4월의 기온 답지 않게 내내 무더운 날이 이어졌는데, 어제는 살랑거리며 부는 바람이 제법 쌀쌀하게 느껴졌다. 겉옷을 여미며 몸을 움츠린 것도 잠시 걷다 보니 땀이 나 겉옷을 벗어 허리에 묶었다. 흐린 날씨 탓에 회색빛 하늘이라 아쉬웠지만 길목에서 만나는 들꽃과 나무에 돋아나는 여린 잎들, 연한 녹색이 번지듯 퍼져나가는 산을 바라보니 싱그러움에 눈이 시렸다.


 엄마 아빠는 나 몰라라 하고 각자 친구들과 사라진 딸과 아들 뒤를 따랐다. 불면 날아갈까 쥐면 터질까 물가에 내놓은 것 같던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튼튼한 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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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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