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 댁에 다녀왔다. 사실 부모님이 보고 싶은 마음보다는 연휴 동안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남동생은 캠핑을 가고, 중간고사가 끝난 조카들도 각자 일정으로 바빠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소식을 들으니, 갈피를 못 잡던 마음은 가지 않는 쪽으로 더 기울었다. 그런 내 맘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아이들도 친구 생일 파티에 가면 안 되냐고 물었다. 다 함께 모여 왁자지껄한 것을 좋아하는 친정의 분위기에 적응했는지 딸아이가 말했다.
“외삼촌도 캠핑 가고, 나현이 언니랑 민기 오빠도 못 보는데, 이번에 안 가면 안 돼?”
“할머니, 할아버지 보러 가는 건데 가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을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연세가 많으시니까 언제 갑자기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아. 그럼 ‘아, 그때 보러 갈걸’ 엄마 아빠는 후회할 것 같아."
아이들은 숙연한 얼굴이 되었다. 내가 말하고도 슬퍼졌다. 무슨 날이라고 의무감에 자식의 도리를 한다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