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임무와 윤리 사이에서

Peter Bae
Peter Bae · 피터의 편지
2024/03/30
* 미리 알려드립니다. 이 글은 사람의 신체 일부와 그것을 이용해서 만든 책에 대한 것입니다. 읽으시는 분에 따라서는 많이 불편하실 내용이 있습니다.
이 글의 내용과는 무관한 구텐베르그 성경입니다. (출처: Wikipedia)
하버드 대학에 속한 여러 도서관 중에서도 호튼 도서관은 귀중본 서적을 소장하고 관리하는 일에 전문화된 도서관입니다. 이 도서관은 구텐베르그 성경이나 세익스피어의 퍼스트 폴리오처럼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귀중본들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죽은 사람의 피부을 채취하여 그것을 가죽으로 만들고 그 가죽을 이용해 책 표지를 만들고 제본한 책도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인피장정(Anthropodermic Binding 혹은 Bibliopegy)책은 세계의 여러 도서관이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데 양피지나 그 외 다른 동물의 가죽으로 제본한 책과 겉 모습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저 가죽으로 장정된 오래된 책으로 보입니다. 하버드에서 소장하고 있는 이 책의 경우는 2014년에 DNA 검사를 통해 이 책 표지의 가죽이 사람이 피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확인 되었습니다.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 당시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흥미거리의 기사로 보도된 일도 있습니다.   

그런 사실이 알려진 후 호사가들의 너무나 많은 관심과 이 책의 제작 과정에서 발견된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이 책은 더 이상 연구자들조차 접근할 수 없는 자료로 관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사람 신체의 일부인 이 책의 가죽 장정을 분리하여 고인의 존엄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하버드 대학의 발표에 따르면 이 조치는 하버드 대학의 여러 학과와 연구 기관에서 연구용으로 보관하고 있는 인간의 유해 및 유해의 일부에 대한 전체 조사의 결과라고 합니다. 실제 하버드 대학은 물론 많은 미국의 대학에서는 연구 목적으로 수집하거나 혹은 기증을 통해 받은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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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많고 사람이 좋아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보 기술의 변화들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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