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하고 삐딱하게 생각해도 괜찮아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4/04/19
오랜만에 아이들과 큰 서점에 들렀다. 문제집을 사기 위해서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이는 아직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학교 수업과 숙제 외에는 따로 공부를 하지 않는다. 가끔 방학 때 문제집 한 권 정도를 복습 겸 푸는 게 아이가 하는 공부의 전부다. 새로운 배움에 흥미를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예습은 지양하고, 공부에 대한 압박 없이 아이를 기르고 있다.

그러다 학기 초에 열린 학교 총회에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3학년부터는 학교 수업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학교에서 학(學)은 가능하지만, 습(習)까지 하기는 어렵다는 것. 특히 수학과 영어의 보충을 강조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습(習)을 하기 위해 몇 가지 문제집을 사러 서점으로 향했다.

문제집은 늘 아이가 직접 고르게 한다. 자신이 직접 선택해야 즐거움과 책임감을 가질 거라는 믿음에서다. 아이에게 문제집을 여러 권 꺼내 보여주고, 직접 풀어보고 싶은 문제집을 고르게 했다. 아이는 수학, 영어 말고도 과학 문제집에 관심을 보였다. 과학을 워낙 좋아하는 아이라, 평소 즐겨 읽는 책도 과학 분야가 많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과학 문제집도 한 권 골라 집으로 돌아왔다.

문제집의 정답과 아이의 답
초등학교 3학년 과학 문제집 오지선다형을 고집하는 평가 방식은 언제쯤 달라질 수 있을까. ⓒ 박순우
며칠 뒤 아이가 푼 과학 문제집을 채점하다 틀린 문제를 발견했다. 언뜻 보기에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 문제였다. 고무, 금속, 나무, 플라스틱 막대를 준비해 서로 긁어 보았을 때, 어떤 경우가 긁히는지를 고르는 문제였다. 정답은 '금속 막대로 나무 막대를 긁었을 때'인데, 아이는 '나무 막대로 플라스틱 막대를 긁었을 때'를 정답으로 골랐다.

아이를 불러 맞는 답을 다시 골라 보라고 말했다. 아이는 처음 고른 답을 고집했다. 학교에서 실험했을 때 분명 플라스틱 막대가 나무 막대로 긁혔다는 것이다. 아이는 예외일지라도 분명 그런 경우가 존재하는데 자신이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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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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