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제망매가」 각 연 분석

이종철
이종철 · 전문 에끄리뱅
2024/04/24
   
2.1 「제망매가」와 양주동의 해석

필자는 앞서 말한 몇 가지 해석을 고려하면서 「제망매가」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 보고자 한다. 먼저 「제망매가」를 인용해 보자. 해석을 위해 편의상 5 연으로 나누어 보았다. (주: 기존의 해석들은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함으로써 3연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5연으로 해석하는 근거는 “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나) 죽음의 우발성->다) 죽음의 필연성->라) 사후세계에 대한 무지->마) 윤리적인 삶의 기대  라는 식으로 각 연이 독립적이고, 연이 진행되면서 죽음에 대한 인식이 심화되고 있음을 고려한 데 있다.”) 이렇게 나눌 경우 기존의 3연보다 작자의 생각의 흐름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다. 
   
가) 죽고 사는 길이 예 있으며 두려운데(生死路隱 此矣有阿米次肹伊遣)
나)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하고 가버렸느냐(吾隱去內如辭叱都 )
다)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리저리 떨어질 이파리처럼(於內秋察早隱風未 此矣彼矣浮良落尸葉如)
라) 같은 가지에 났어도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一等隱枝良出古 去奴隱處毛冬乎丁)
마) 아, 극락세계에서 만날 나는 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노라(阿也 彌陀刹良逢乎吾道修良待是古如
   
누이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썼다고 하는 것을 감안해도 이 작품은 단순히 누이의 죽음을 슬퍼하는 종교인이 종교의 차원에서 승화를 시켰다고 보는 차원을 훨씬 넘어서 있다. 필자는 오히려 이 작품 속에서 종교, 보다 구체적으로는 불교의 핵심 원리가 부정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수행을 많이 한 도인이나 신앙심이 깊은 종교인이라고 한다면 삶의 무상함과 유한한 생명 등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월명은 누이의 죽음을 대하면서 오히려 생사의 문제가 두렵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고백은 일반적 종교의 차원을 벗어나 ‘죽음에 대한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두려움’을 제시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두려움을 드러냈다고 해서 월명을 수행이 낮은 승려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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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비판》와 《일상이 철학이다》의 저자. J. 이폴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2,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 전4권을 공역했고, 그밖에 다수의 번역서와 공저 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롭게 '에세이철학' 관련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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