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만) 나는 도서관

Peter Bae
Peter Bae · 피터의 편지
2024/03/20
최근 우리 나라 여러 곳에서 멋진 도서관이 세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큰 도서관은 물론 작은 도서관까지 도서관에 대한 일반인들과 지방 자치 단체의 관심이 예전에 비해 높아진 것이 분명 사실인 듯 합니다. 선거로 당선된 자치 단체의 기관장들에게는 도서관 건립만큼 업적을 자랑하기 쉬운 일도 없지요. 그리고 이유를 짐작하기가 어렵지는 않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의 자료만을 모아서 "도서관"이라 이름 붙이고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예전 부터 읽기 보다는 장식용으로 전집 류의 책을 구입하고 남들에게 보이던 이들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책과 분위기 있는 가구들로 장식된 공간에 대한 일종의 낭만 같은 것도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공간 속에서 책을 읽는 분들도 계시지만 각종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 좋은 사진 찍을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사진을 찍으러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부하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일이겠지만 도서관에서 녹음한 백색 소음을 공유하시는 분들도 보았습니다. 도서관이 아닌 곳에서 공부하더라도 도서관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집중해서 공부하라는 그런 의도 이겠지요.  비록 외국이긴 하지만 도서관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이 도서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고맙고 반갑습니다만 그런 관심이 도서관 건물이나 실내 디자인 등 공간에만 치중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도서관을 이쁘고 아름답게 만들어서 사진을 찍기에 좋은 장소로 만들고 또 그것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방문한다면 그것도 한 편으로는 좋은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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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많고 사람이 좋아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보 기술의 변화들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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