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 개구리와 조선의 선비들

이종철
이종철 · 전문 에끄리뱅
2024/04/17
내가 조선에 대해서 많은 비판을 하다 보니까 사람들은 이 조선의 모든 것을 내가 싫어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선의 선비들은 여러가지 장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늘 날 식으로 말하면 전문 학자들 혹은 연구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평생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학구적이다. 그런 면에서 성실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학자들이라고 볼 수가 있다. 양반의 자제가 대부분인 그들은 어렸을 적부터 서당에서 사서 삼경을 배우고, 유학에 관련된 대부분의 서적들을 섭렵했다. 그들의 연구나 노력 같은 것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굉장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뒤 조선의 많은 유학자들이 일본으로 납치 되었는데 그들은 책도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머릿속에서 암기하고 있었던 유학의 경전들을 다시 풀어내어 가지고 일본인들에게 유학을 전파했다. 사서삼경이라는 것의 분량이 얼마나 많나? 그 많은 것을 이들은 거의 다 머릿속에 암송을 한 상태에서 그것을 재현할 수 있었다라는 것인데, 현대인들은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을 이들이 해낸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처럼 뛰어난 조선의 선비들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 점이 있다. 나는 그들의 좁은 세계관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그들은 열심히 공부했지만 특정한 세계관, 특정한 프레임에 갇혀가지고 오로지 그것만 반복하고, 그 외의 것은 배제한 측면이 많았다. 그들은 무엇보다 중화 사대주의에 빠져 있었고, 한문 숭배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조선의 세종이 우수한 문자 훈민정음을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세종 당대에도 이를 비판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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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비판》와 《일상이 철학이다》의 저자. J. 이폴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2,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 전4권을 공역했고, 그밖에 다수의 번역서와 공저 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롭게 '에세이철학' 관련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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