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①

김양균
2024/01/10
이 이야기는 2014년 9월에 시작되어 시간을 거슬러 4월에서 멈출 것입니다. 우린 시간여행의 종착지인 그해 4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Kim Yangkyun
2014년 9월 

추석 아침이었다. 그 날 아침과 같은 시간이 반복됐다. 시간의 정중앙에는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쨌든 추석 아침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초가을 볕은 환하고 애달팠다. 한때 인파로 붐비던 곳도 한산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였던 곳도 그림자만 남았다. 

누렇게 뜬 얼굴의 사내가 화장실에 한편에 놓여 있는 칫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물기가 남아있는 얼굴에 로션을 바르는 여자 뒤로 책을 읽는 여인이 한 명, 담배를 피워 문 남자가 두 명 있었다. 

초라한 컨테이너는 아침 식사 준비로 바빴다. 형광색 점퍼를 입은 사내가 입구에 세워진 이동식 전광판의 전원 버튼을 켜자, 화면에 불이 번쩍이더니 뉴스가 시작됐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나운서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체육관은 환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진물 같은 냄새가 났다. 청소를 하고 걸레질을 해보아도 냄새는 계속 났다. 누군가는 통곡의 냄새라고 했다. 첩첩이 쌓여있는 매트리스와 담요, 베개에는 세탁한 날짜가 적힌 쪽지가 매달려 있었다. 수백 명이 신고서 발을 동동 굴렀을 슬리퍼 더미가 체육관 구석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아이는 소리를 지르고 웃으며 안방을 기어 다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부의 얼굴 표정이 좀 과장되어 있었다. 추석마다 TV에서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비추었고, 그날은 ‘가족’이 주제였던 것 같았다. 잘생긴 남편과 아름다운 아내,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TV 속에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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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김양균 인증된 계정
의학기자
여러 의미의 건강에 대해 쓴다. 전자책 <팔레스타인의 생존자들>, <의사 vs 정부, 왜 싸울까?>,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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