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드라마와 영화의 특징을 다룬 여러 우스개 소리가 있다. 미국은 의학물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의학적으로 깊은 주제를 다루며, 수사물에서 범인을 잡고 수사를 한다. 일본은 주제에 상관없이 시청자에게 교훈을 준다. 반면 한국은? 연애를 한다. 아마 5~10년 전부터 돌던 유머라 많이 달라졌겠지만,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 특히 지상파에 나오는 작품 중에 이런 게 한두 편이 아니다.
내가 재미있게 봤던 KBS 드라마 <출사표>(2020)를 떠올렸다. 주인공 구세라(나나 분)는 여러 계약직을 하면서 윗사람의 갑질에 참지 않고 맞서는 취준생이다. 어느 날 한 구의원의 사망 이후 치러지는 보궐 선거 포스터를 보고 출마를 결심한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구의회에 입성하지만, 두 정당 사이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려 노력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빠지지 않는 내용이 있다. 바로 어릴 적 친구이자 구청 계약직 당시 윗사람이었고, 구의원 당선 이후 비서 역할을 맡은 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