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내다보자 어둔하늘이 먼저 보입니다. 유리창엔 비의 지문들이 한껏 날인을하고 손에 묻은 인주를 아무렇게나 지운 탓에 밖이 보이지 않을 지경입니다. 그런데도 우산을 들지 않고 나갑니다. 이렇게 비가 오늘날엔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떨어지는 빗방울에 발걸음을 멈칫하게 될 것 같아서 바닥에 치고 오르는 빗물은 신발의 문제입니다. 젖은 신발을 신는 일은 다음 순간 나가야 할 나의 문제이구요. 모자가 젖고 어깨가 젖고 가을이 스며들어 토해낸 빗물이 살갗으로 배어 나옵니다. 집으로 들어와 따스한 물로 오랜 시간 동안 샤워를 합니다. 그리고 따뜻한 코코아를 타서 소파에 앉아서 머리가 마르기를 기다립니다. 비 냄새가 나는 집사를 목덜미로 비벼대던 모란이 포기하고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처음 카페에 가본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어두운 조명, 음악, 지금은 상상도 못 할 매캐한 담배 연기 갈 때마다 성냥을 하나씩 가져왔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