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 있던 피크닉자리
황병승 우리는 같은 미술부 부원이었고 우리는 같은 달에 태어난 동갑내기 그러나 남자인 내가 그녀보다 훨씬 더 약골이고 어리광쟁이에 땅딸보, 지구가 회전하는 반대방향으로 걸어 다녀서 나는 조금씩 뒤쳐지고 있다 ―너무, 어깨 잡지 마, 응?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그녀는 제자리에 서서 동서남북으로 몸을 돌려 배경이 다른 네 장의 셀카를 찍는다 도무지 울적한 월요일, 밤새워 만든 빨간 카드에 한 줄도 적지 못했다 ―나는 언제나 외톨이였어, 이봐, 놀아줄 사람이 없었다고! ―중학교 1학년 때였나…… 마당에서 지푸라기 냄새가 나던 가을이었는데, 엄마는 빨래를 널다 말고 나에게 동생이 생길 거라며 좋아했었지, 내가 자전거를 타고 학교 집 학교 집을 오가는 사이 엄마와 아빠는 아무래도, 뭔가, 조금은 부족하다고 여겼던 걸까 ―자미란 나무의 열매네, 둘째 이모가 좋아했었는데…… ―학교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올 때면,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