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크홀>은 서울 한복판에 생긴 큰 구멍 아래로 빌라가 통째로 빠져버리는 이야기다. 제목이 내용인지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예견되어 있었지만, 영화는 굳이 빌라의 미래를 암시하는 대화를 도입부에 삽입한다. 직장 상사 동원(김성균 분)의 내 집 마련 집들이에 초대받은 승현(이광수 분)은 축하만 해야 할 자리에서도 다그친다. 그 돈으로 아파트를 사야지, 빌라를 매매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이다. 그 빌라, 결국 사달이 난다. 빌라 사는 사람이라면 짜증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정도로 빌라는 동네북이다. 누가 SNS에 ‘드디어 내 집 장만’이라는 소식을 알렸다고 하자. 그게 빌라라고 상상하는 사람은 없다. 빌라 살면, 알아서 안 한다. 어디에 산다(live)는 걸 가지고 사람을 분류하고 평가하지 않는 게 상식이겠지만, 한국에선 빌라를 사는(buy)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물 흐르듯이 해석된다.
그래서 누구는 우쭐거리고, 누구는 위축된다. 언젠가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