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
2023/02/08

[합평]

현안님의 ‘얼에모’ 글 한 편을 곱씹으며 읽었어요. ‘쓰는 사람’의 글은 쓰지 않다가 불쑥 쏟아내는 내 글과는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다시 후회하며 써지지 않은 글을 붙잡고 있는 허약한 내 글의 근육을 점검했지요.

얼에모를 하기 전엔 몰랐던, 최소한 얼에모의 구성된 분들은 내 글을 읽을 것이기에 내 놓은 내 글이 내게도 보였습니다. 어떤 내용에선 지금도 미열이 감지되었지만 이렇게 드러내고 나니 얹힌 것들이 점점 삭혀지는 것도 같았습니다.

현안님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고 지금 그래서 매일 글을 실제로 쓰기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득이 됩니다. 읽고 나면 군더더기 없는 ‘알짬’만 있는 느낌이 들어요. ‘구체적인 계획이나 그림은 없었’지만 ‘첫 직장을 그만 두기로 결심하며 떠오른 생각’에 글쓰기가 있었다는 건, 현안님에겐 어쩜 운명 같은 게 아니었을까싶습니다. 이미 글에는 햇살의 향기와 온기가 스몄습니다.

이게 합평의 평이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모처럼 공부하는 자세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열에모를 구성하고 관련 글을 써주시는 정성과 성의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민다 ·
2023/02/07

[합평]

얼룩소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어, 900여개 되는 글중 아마 10개 조금 넘게 읽어보지 않았을까 싶지만, 현안님의 글들에서 “바삭하고 달큼하고 보드라운 햇살의 냄새”를 맡아본것 같은 것은 제 착각일까요. 쓰는 사람이라는 자기 소개를 하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가 궁금했는데, 16개월동안 매일 글을 쓰셨다는 부분에서 글쓰기에 대한 태도와 사랑, 즐거움이 그려집니다. 저는 글을 쓰고 싶어 글을 쓴다기 보다, 글감이 일상에서 생겨야 글이 시작되는 사람이기에, 현안님이나 다른 얼에모 참여자분들이, 매일 쓰려고 앉으면 글감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를 보면, 어느 경지에 이르르면 그렇게되는것인지, 아니면 그냥 사람마다 다른 형태인것인지도 궁금해졌습니다. 긴 이야기가 아니지만, 빨래이야기로 시작하여, 큰 연관점 없이 글 이야기로 넘어갔는데도 어? 왜 주제가 바뀌었지 하는 느낌이 안든 것은 현안님의 편안한 문체 때문일까요. 빨래에 대해 잠시 잊고 읽어 내려가다가, 마지막에 나온 햇살의 냄새에 다시 아, 이 글의 제목이 였지 라고 돌아왔습니다.

육아삼쩜영으로 연이되어, 글쓰기 초심자가 얼에모까지 얼레벌레 참가하게 되었는데, 새로운 글쓰기가 생소하면서도 어렵고, 즐거워 이런 판을 만들어주신 현안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p.s. 현안님의 연재 연애소설…읽어보고싶네요. 귀..여니? 혀나니? [죄송해요. 선넘었네요]

빅맥쎄트 ·
2023/02/07

[합평]

공개적인 글이 아니면 쓸 수가 없다고 하셨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반듯한 형태의 글쓰기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글이 곧 자신이기 때문에 친밀하고 몰입이 되며, 글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커서 골수팬들이 두텁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한 편으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남으로 인해, 몰입해서 읽다보면 독자들 또한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좋고 밝은 글만 쓸 수는 없으니,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한번 씩 예상치 못한 우울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뭐 어쩌란 말인지..!)

문득 글을 쓰고 싶어 16개월의 기간동안 매일 글을 쓰는 모습을 보며 이쯤되면 글을 써서 행복한건지 행복해서 글을 쓰는 것인지 분간이 잘 되질 않습니다. 공개적인 900편 가까이 되는 글을 읽어온 바로는, 박현안님의 삶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은 삶이었음을 알 수 있어요. 부모, 직장, 직업, 경제적인 환경, 그리고 아직도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건강 문제까지.

개인적으로는 박현안님의 글을 쓰는 동력은 이러한 결핍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괜찮다고, 나는 행복하다고 하지만 실제의 삶은 그렇지 않아보이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을 글을 통해서 봅니다. 그래서 매일 글을 쓰는 과정들이 고되고 외로운 삶을 살면서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나침반과 같다고 생각해요. 기쁘고 평안할 때는 좋은 글을, 힘들고 마음이 괴로울 때에는 아픔을 떨쳐버리는 글을 통해 지금처럼 곧게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상 합평이 뭔지 모르는 사람의 간단한 느낌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