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좀무 ·
2021/11/10

연키님. 글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저는 30대 남성이고, 2017년 이후부터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주변에 공개적으로 알리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올바른 남성-페미니스트인지에 대해서는 늘 고민이 있어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한 적은 많지는 않습니다.) 제가 일종의 커밍아웃(?)을 하고 느낀 점은, 남성은 페미니즘 지지를 공개적으로 말하더라도 여성보다 크게 삶에 악영향을 받지는 않다는다는 다소 씁쓸한 감각이었습니다. (물론 안티-페미니즘이 극성인 20대 남성층에 제가 속했다면, 조금 다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피어그룹 대다수가 30대 중반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악마화하는 흐름은 거셉니다. 아니,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커밍아웃에 따른 개개인의 삶 속에서 사회적 저항이 거세지는 요즘, 보다 사회적 저항을 덜 느끼는 남성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어떤 측면에서 페미니즘에 남성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용기내봅니다. (저항은 덜 받으면서 성과의 과실만 따먹는 얌체족이 될수도 있을것 같지만요..)

제가 최근에 (혼자) 하고 있던 고민들을, 에디터님의 원글과 연키님의 답글을 읽으며 조금 풀어봤습니다. 도움이 될진 모르지만, 응원합니다.

연키 ·
2021/11/10

제가 2017년 페미니즘 리부트(강남역 살인사건)를 언급한 것도, 그 이전과 이후의 반응이 굉장히 달라졌다고 느끼거든요. 이전과 이후의 나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나라는 사람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는 격차가 커졌어요. 사실 이전에는 '무관심'에 더 가까웠다고 할 수 있어서, 욕 먹고, 배척받더라도 '논란거리'라도 되는 지금이 더 낫나? 싶기도 하지만요. 어찌됐든 얼룩소의 이번 기사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찍힌 낙인을 벗겨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좋네요.

연키 ·
2021/11/10

저도 종무님이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이유로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 남자친구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정체화하고, 주변에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다니지만 '불편' 정도를 겪을 뿐, 많은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겪는 '삶의 위협'까지는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물론 동성 친구들은 많이 잃었습니다만ㅎ) 지정 성별이 남성이기에 같은 페미니스트라 해도 더 중립적이라 느끼고, 귀 기울이는 경향도 있는 것 같고요. 이 또한 젠더 권력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사회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에 전략적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기가 페미니스트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네요.

용감한시민 ·
2021/11/11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는 아직 본적이 없습니다. 일반 남자가 여자들만 골라 살해하는 건 많이 봤고요.
극단적인 페미니스트 여성우월주의가 되려면 남자들만 죽이고다니거나 남아라서 아이를 지우는 일 정도는 있어야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지않을까요 반대는 그동안 일반적으로 많이 보여지는 사회 분위기였기에.
그때쯤이면 정말 성평등이 올 것 같네요. 그동안 묵인하던 여성대상 범죄들. 반대로 남성들이 대상이 되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법을 바꾸겠지요.

곽희준 ·
2021/11/11

마지막 문단만 없었더라면 많은 부분 공감했을 텐데 아쉽습니다. 극단적인 페미니스트의 주장 자체가 연키님을 위협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반페미니스트의 위협이 연키님에게 가해질까봐 염려하시는 것 아닐까요? 극단적인 페미니스트 때문에 싸잡힐까봐 염려스럽다는 말은 의견 차이 있는 페미니스트를 향한 굴절분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백래시와 반페미니스트의 위협을 타겟하시는 것이 더 직접적인 표현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박달 ·
2021/11/10

이 글을 보니 페미니스트 라는 단어 자체가 많이
오염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저도 맨 처음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들었을때와
지금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는 꽤 많이 다르게 다가오네요..

그래서 더더욱 나는 페미니스트다! 라고 밝히는 연키님이
피해를 보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

김효임골롬바 ·
2021/11/11

연키 님, 저는 50대의 미국에 살고있는 자칭 페미니스트 입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20대의 페미니스트를 만나서 참으로 기쁩니다. 저도 페미니스트들은 그저 평범한 좋은 시민 이라는 연키 님의 말씀에 공감 합니다. 저 역시 연키 님 처럼 제가 있는 자리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며 할수 있는 일들을 할뿐이지요. 여성들과 아동들의 인권을 향상하기 위하여 노력하면서 남성들의 인권 또한 존중해주는 여성들을 저는 페미니스트라고 합니다. 여성의 권리, 아동의 권리, 남성의 권리, 이주 노동자의 권리, 모두가 Human Rights, 인권이니까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연키 ·
2021/11/11

@용감한시민 외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에서 래디컬하다 여겨지는 페미니스트들이 '과격함의 정도'로 따졌을 때, 과연 래디컬한가? 싶어 저도 갸우뚱할 때가 있긴 했어요. 제가 글에서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라고 써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은데, 저는 소수자를 차별하는 페미니스트(얼룩소의 정의에 따르면 '좋은 시민'에서 거리가 먼 페미니스트) 집단을 지칭하고 싶었거든요. 사실 제가 그들을 극단적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사회에서 보통 그들에게 '극단적인 페미'라고 이름 붙여서, 저도 깊은 생각 없이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아요. 반성합니다. 이비세님이 쓰신 답글( https://alook.so/posts/vKtbv2 )에서는 그들을 '소수자 배제적 페미니스트'라 부르자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식의 호칭이 더 정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복사씨 ·
2021/11/11

예전에 한 공공기관의 중진께서 묻더군요. "미투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냐"란 질문을 면접에서 해보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 분이 진심으로 그 질문을 하려는 것 같아, 저는 깜짝 놀라 극력 반대의사를 표했습니다. 채용의 장에서, 그것도 단기적 일자리 채용에서 페미니즘적 시선과 연결된 사안을 면접자에게 물어볼 경우, 과연 자기 정체성에 기반한 진솔한 답변이 나올까요? 면접관의 성향을 알기 어려우니, 상대가 원하지 않는 정체성은 숨기는 '커버링'이 작동되겠죠. 그 분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려는 것이긴 했지만, 채용이라는 문법 안에서 위계가 작동하여 그 질문이 특히 여성 면접자들에게 압박이 될 거라는 생각을 못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 분께 이 얼룩소 사이트도 소개해드렸는데, 과연 보셨을지는 모르겠네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페미니스트냐, 휴머니스트냐 택일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는데요. 휴머니스트라고 말하면, 상대가 좀더 안심하고 대화를 이어갔던 것 같고요. 페미니스트인 것 같다고 말하면 다들 말을 조심하면서 분위기가 싸해지는 상황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한 자연인을 양자택일적인 질문 안에 몰아넣고, 갑분싸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으로 편가르기하는 상황을 요즘도 많이 목격합니다. 하지만 저를 페미니스트라고 자칭하는 것이, 저와 사회적 경험이 다른 사람들(특히 학생)에게 어떤 식의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면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먼저 제가 '좋은 시민'이 되어서 그 말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 겠다, 말과 행동의 선후 관계에 있어 행동이 먼저여야 제 언어가 덜 무능해지겠다, 그런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
2021/11/11

결국 페미니스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은 부족하고 분류하는 기준만이 정리가 되어가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좀 더 세월이 지나야 관계성의 방식이 정리가 될까요? 역시 공교육이나 사회에 토론 문화가 부족한 것이 문제인가 싶어서 역시 돌아가더라도 교육부터 움직여야 하나 싶습니다. 전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네요. 교육의 현장이 아닌 곳에서 페미니스트와 아닌 사람들이 혹은 중립이 건전하게 소통하는 방식은 어떻게 널리 퍼트릴 수 있을까요?
어쩐지 약간 논점이 벗어나는 것 같은 댓글이기도 하지만 전 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어를 쓰는게 아닌데 왜 이렇게 까지 타협점을 못 찾을까? 군대처럼 상명하복 해야 하는 의무도 없는데 그 답을 찾아보고 싶을 때가 있지요.

더 보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