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되는 일은 아니었다.
한 번에 비울 수도 없고, 비웠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차오른다.
물건이, 옷이, 영수증이, 냉장고가, 만질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자꾸 주변을 채운다.
어쩌다 다시 집어 든 '미니멀리즘' 책으로 사기충천 해 있을 때, 얼른 치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인데...
한 방으로 어찌 어찌 몰아 넣은 물건들은 어느새 방바닥이 안보일 정도로 채워지는 중이다.
그 방이 겨울에는 시베리아 역할인지라,
마음 굳게 먹고 방문을 열었지만 입김 나오는 찬 공기에 얼른 문을 닫는다.
봄이 와야 우아하게 미니멀리스트 할 수 있을텐데...
겨울은 늘 뒤끝이 있어서, 봄이 훅 들어와도 뒷덜미를 잡아채서 자꾸 나동그라지게 만든다.
봄이 충분히 오기까지 미니멀리스트의 마음가짐을 지킬 수 있을런지...
암튼 비우고 싶다.
격하게 비우고 싶다.
봄아 빨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