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머릿속이 내내 암막 커튼을 친 것처럼 깜깜했습니다. 지인분의 가슴 아픈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겪었을 고통이 계속 떠올라 몸과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멍하니 누워 하얀 천장만 바라보았습니다. 그래도 때가 되면 배꼽시계는 어김없이 울리고, 아이들 식사를 챙겼습니다. 아내는 벌써 출근해서 떠난 흔적만 남았습니다.
아이 둘 다 학원으로 떠나고 텅 빈 집에 홀로 남아 침묵을 깨 줄 커피포트에 물을 넣고 끓였습니다. '보글보글' 소리가 넓게 퍼지고, 고소한 커피 향은 마음의 온기마저 채웠습니다. 그때 툭 하고 감정 하나가 튀어나왔는데, 그건 바로 '슬픔'이었습니다. 한참을 그 안에 머물다, 며칠 전 주문한 책이 떠올라 얼른 책장을 뒤적였습니다.
저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슬픈땐 저도 모르게 책에 손이 갑니다. 그 감정을 오롯이 느끼기 두려워, 책 속으로 도망가는 거겠죠. 일단 첫 장을 열었습니다. 주변에서 괜찮다는 평이 많아서 산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