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서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란 걸 인정하기 힘들어."
말은 덜컹거리고, 눈에 이슬이 맺혔다. 요즘 첫째와 아내는 '공부'란 화두로 대치 중이다.
학원을 끊고 시간이 많아진 아이는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집에서는 게임과 축구 보느라 여념이 없고, 수시로 밖에 나가 친구들과 운동하며 뛰어논다.
문제는 이제 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대로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아내는 애간장이 탔다. 참다 참다 엊그제 폭발을 했다.
씩씩거리는 아이는 안방에 있는 나에게 왔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경쟁적인 이곳이 싫다며, 나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고 선언하는데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난감했다.
그래 공부는 하기 싫을 수 있다. 모두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대안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 수 없다. 한 번 천천히 진로를 찾아보자. 한결 잦아든 아이를 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