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태솔로이다 1
나의 유년시절
97년도 4월 10일, 오후 12시 30분. 우렁차게 태어난 여자아이가 있다.
실눈만큼 작은 눈을 떠 어색하게 바라보았던 빛은 하루 이틀, 사나흘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익숙함에 그치게 되었다. 대두(大頭)를 가진 여자아이는 큰 머리 탓에 머리를 잘 가누지못했다. 어설프게 납작 엎드려 마룻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를 보기도 했고, 공기를 떠다니는 작은 눈송이를 보며 남몰래 웃기도 했다. 물론 그 작은 눈송이의 정체가 집 먼지였다는 걸 나중에 지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순하고 착해서 잘 울지도 않아, 다른 이들 손에도 이리저리 곧잘 맡겨졌다.
여자아이는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만큼 성장해갔고 어느새 짧고 통통한 다리를 마구 움직여 스스로 가고 싶은 곳에 쏘다니게 되었다. 여자아이가 옹알이를 벗어나 사람 대 사람으로 정상적인 대화를 이어 갈 수 있을 때의 일이었다. 평소 호기심이 많았던 아이는 옆집에 살던 건강원 형제의 자전거 뒷바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