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한다.
나는 드라마 작가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나는 남들 드라마 볼 때 노는 걸 좋아한다. 책 보고, 지인들과 대화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여행하고... 나는 이런 일상적인 일들이 드라마를 쓰는 데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애써 우긴다.
그런데 사실...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드라마를 감상하지 않고, 분석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 힐링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캐릭터를 보게 되고, 그의 매력을 따지고... 구성과 구조를 살피고...
일종의 직업병을 얻은 것이다.
나는 더 나은 작품을 쓰기 위해 작법을 공부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분석한 뒤 그것을 내 작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드라마 감상이라는 즐거움을 많이 잃었다.
근데 문제는 이제 당신도 곧 나와 같은 직업병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나만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당신이 드라마를 감상하지 않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