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균렬(서울대학교 명예교수)
2011년 3월 11일 강진과 함께 찾아온 산더미 같은 해일 넘어 멈춰선 후쿠시마의 시계는 25시에 멈춰있다. 35년 전 미국 웨스팅하우스에서 우연찮게 후쿠시마 원전 대형사고를 연구했던 필자가 12년 전 사고 당시 귀띔해준 조언에 복지부동하던 일본 정부였다. 핵연료 용융, 원자로 파손, 저장조 폭발엔 마이동풍으로, 수소 폭발, 증기 폭발엔 우이독경으로, 지하수 차단, 시멘트 봉합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도쿄전력이 이젠 다급해진 모양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수박 겉핥기식 점검, 국내 22인 시찰단의 빈손 귀국, 미국 정부의 묵인, 한국 정부의 공조(共助)에 힘입어 대량의 방사성 오염수 태평양 무단 방류가 기정사실로 되면서 방사성 물질의 붕괴와 함께 올여름 바다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시마 제 1원전 부지에 쌓여있는 오염수를 거르고 묽게 한 다음 30년에 걸쳐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 이래 12년간 쌓인 방사성 물질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