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는 대단히 논쟁적인 메시지다. 우선 논란이 된 대목은 이렇다.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이 대목에 대해, 식민지배의 책임을 일본이 아니라 우리에게 돌린다는 비판이 즉각 나왔다. 기념사에는 이 문장만큼 주목받지는 않았지만 내용상 이보다 더 논쟁적인 대목이 있다. 여기다.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핵심은 이 표현이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 이 표현은 가장 중요하게 여러 번 등장하면서 기념사 전체를 끌고 간다. 이게 무슨 뜻일까. 우리 시대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보편적 가치란 대략 아래와 같다. 보편적 시장경제, 보편적 인권, 법치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보장하는 정치체제인 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