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가? 정말?

천관율
천관율 인증된 계정 · alookso 에디터
2023/03/02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는 대단히 논쟁적인 메시지다. 
   
우선 논란이 된 대목은 이렇다.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이 대목에 대해, 식민지배의 책임을 일본이 아니라 우리에게 돌린다는 비판이 즉각 나왔다. 
   
기념사에는 이 문장만큼 주목받지는 않았지만 내용상 이보다 더 논쟁적인 대목이 있다. 여기다.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핵심은 이 표현이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 이 표현은 가장 중요하게 여러 번 등장하면서 기념사 전체를 끌고 간다. 이게 무슨 뜻일까.
   
우리 시대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보편적 가치란 대략 아래와 같다. 보편적 시장경제, 보편적 인권, 법치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보장하는 정치체제인 민주주의.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그리고 물론 미국이) 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반대편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 그러니 이 문장을 직설적으로 바꾸면 이렇다. “중국과 러시아와 달리, 한국은 미국·일본과 함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한 팀이다.”
   
이것은 왜 논쟁적인가. 최근의 한일관계에서, ‘상대가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가’는 양국 모두에게 핵심 질문이었다. 한국은 일본이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가 맞는지 질문했다.
   
한일 무역분쟁의 도화선이었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이 사건의 본질은 전시(戰時) 강제노동을 인정하느냐였다. 강제노동은 넓은 의미로 노예제에 속하며, 노예제는 ‘인도에 반하는 죄’로 불리는 전쟁범죄다. 이것은 보편 가치다. 이 문제에서 한국은 일본에게 “전시 강제노동이 전쟁범죄라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입장이었다.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손해배상을 인정하자, 일본 정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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