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스피커 하나가 나와 있었다. A4 용지 반 장 크기로, 작고 허접하고 생채기가 많았다. 때 묻은 은색이 싸구려 티가 심했다. 시집간 지 10년째인 내 딸 중학생일 때 사준 I사의 국산 오디오 스피커보다 훨씬 못했다. 그냥 지나칠 일인데, 스피커 앞면 브랜드를 보고 멈췄다. ‘알텍-랜싱(Altec-Lansing).’ 내 한창일 때 ‘로망’이었던 ‘알텍’이었다. 40여 년 전, 세운상가 오디오 전문점에서 두어 번 들어보고 침만 삼켰던, 메이드 인 유 에스 에이, 그렇게 갖고 싶었던 ‘명품’ 스피커 브랜드였다.쭈그려 앉아 살펴보았다. (주워올 생각은 절대 아니었음.) 메이드 인 차이나였다. 볼수록 조잡했다. 컴퓨터 살 때 따라오는 장난감 같은 스피커보다도 못했다. “알텍도 망해서 중국으로 넘어갔구나” 생각하면서 일어났다.몇 걸음 움직이는데, 예전에 탐만 냈지 가질 수는 없었던 오디오 기기들이 눈앞을 흘러 지나갔다. 그러다가 마침내 갖게 된 내 ‘기계’와 내 ‘나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