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편의 면접 날이었다. 남편은 십 년 전 결혼 때 장만한 양복을 오랜만에 꺼내 입었다. 섬마을 시골로 이주해 살다보니 딱히 지인들 경조사에 갈 일이 없어 아이들 돌잔치 외에는 꺼내 입지 않은 양복이었다. 섬이다보니 습도가 높아 옷에 자주 곰팡이가 스는데 다행히 양복의 상태는 양호했다. 말아서 보관해둔 벨트를 오랜만에 꺼내니 툭툭 가죽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외관상 문제는 없어보여 허리에 감고 남편은 그렇게 집을 나섰다.
문제는 엉뚱한 데서 벌어졌다. 신발 역시 곰팡이가 자주 나서 한번씩 대대적으로 숙청하듯 갖다버리곤 한다. 그러다보니 남편에게 남은 구두는 십 년 전 결혼 때 장만한 딱 한 켤레뿐이었다. 결혼해 십 년 동안 열 번도 신지 않은 구두였다. 구두는 말짱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신으니 뒷굽이 바스러졌다. 오랜 시간 습기를 머금고 있으면서 강도가 약해진 것. 남편이 걸을 때마다 뒷굽에서 검은 가루가 뚝뚝 떨어졌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면접 시간도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