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전해지는 다가올 태풍의 어마어마한 위력에 한껏 긴장을 하고 몸을 움츠린 채 신경을 곤두세우는 밤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자연은 우리가 감히 예상할 수 없는 힘을 지녔기에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낮에 캠핑장비에서 손전등과 램프를 꺼내 집안에 놓아두고 양초와 건전지를 넉넉히 사 두었다.
마당의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접어 창고에 넣고 혹시나 세찬 바람에 날아갈 수 있는 작은 화분과 잡동사니들을 정리하였다.
잠들기 전 단수에 대비하여 커다란 곰솥에 식수를 받아두고, 욕실에도 물을 받아 두었다.
이쯤 하면 됐나?
갑자기 남편이 배낭을 꺼내더니 참치와 햇반, 캔 같은 것을 주워 담는다.
“전쟁났어?!!”
“에이~ 사람일은 모르잖아!! 혹시 비상사태 이것만 메고 뛰쳐나가는거야!! 알겠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집엔 따로 챙겨야할 값비싼 물건은 없다. 둘다 혈액형이 B형이라 어설픈 완벽주의, 원칙주의 성향이 있어 약간은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