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바닥만 한 마당이 딸린 집에서 살고 있었다. 이전엔 광화문의 오피스텔, 강남역의 오피스텔 등 무조건 교통이 편한 중심가를 골라 집을 고르고, 친구들이 연락을 하면 언제든 쪼로록 뛰어나갈 수 있는 곳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 생각했다. 혼자 사는 비혼 여자에겐 그런 것이 정말 중요했다. 그랬던 내가 서울을 벗어나 산골 마을 조용한 타운하우스에 자리를 잡고 마당에다 파도 심고 상추도 심었다. 양재 꽃시장에서 국화와 메리골드, 라벤더를 사 마당에 옮겨심기도 했다. 물론 그러지 않아도 어디선가 날아온 들꽃 씨앗들이 내 마당에 꽃을 무성히 피웠지만. 베란다에는 채반을 늘어놓고 우엉을 잘게 썰어 말렸다. 그걸로 차를 끓이면 소설을 쓰는 내내 집 안이 향기로웠다.“이게 뭐 하는 짓이야? 어울리지도 않게 왜 시골 아줌마 행세인 거야?”친구들은 어이없어했다. 어이가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몰라. 그냥 당분간은 이렇게 살고 싶어서.”혼잣몸이란 건 그렇게나 자유롭다. 무엇이든 내 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