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의 실패란 주로 '시간'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독 잔인한 데가 있다. 모든 일들에 대해 사회가 상당히 엄격한 스케쥴려를 갖고 있고, 그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대학 입학을 위한 나이, 취업이나 신입사원에 적절한 나이,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아야 하는 나이, 아파트를 사거나 골프를 쳐아하는 나이 같은 것들이 꽤나 광범위하게 암묵적인 룰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룰 또는 사회적 시간표는 개개인들에게 유달리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 뒤처지고 있다는 강박이나 도태되었다는 기분을 심화시키는 듯하다. 아이들은 숫자를 배우기 시작한 나이부터 형이나 누나, 동생을 구별하는 법을 익힌다. 나이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즉 사회관계에서 절대적인 무언가라는 것을 미리부터 알기 시작한다. 나이에 따른 존댓말, 서열, 누구 말을 들어야 하고, 누가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배우면서 '나이'와 '시간'에 스며든 권력을 익힌다.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