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까지였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학점을 받으며 졸업을 하여 직장을 얻기까지. 나름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되고, 그동안 익숙해진 사투에서 한걸음 멀어진 순간부터 프로 무기력러가 되기 까지는 몇 년 걸리지 않았다.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수많은 걸림돌이 있다. 현실적인 시간, 체력적인 요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마음. 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것이 나에겐 선택을 유보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하나의 선택을 했을 때 잃게 되는 기회비용이 너무나 아까워보였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얻는다면 제로섬인데, 아무것도 안하는게 오히려 체력적, 정신적 이득이 아닌가. 그렇게 선택을 유보하는게 몸과 마음의 관성이 되었을 무렵, 연인으로부터 달리기 어플을 소개받았다.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했다. 관성이 몸과 마음을 좀먹어 흔적이 남았다. 내 딴 에선 영광스런 옛 과거를 생각하며 열심히 달렸는데, 그게 무리가 되어서 무릎이 너무 아팠다.  근데 그게 그렇게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