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눈 앞에서 타오르고 있는 저 '숯불'을 묵묵히 응시하고 있었다. 물고기와 빵을 굽기 위해 주님이 피워두신 숯불은 언젠가 대제사장의 집 뜰에서 그가 마주했던 바로 그 숯불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베드로는 시선을 돌릴 수도, 차마 입을 뗄 수도 없었다. 그 숯불 앞에서 대제사장의 여종에게 "나는 예수를 모르오!"라고 세 번이나 고함을 질렀으니까.
왜 그랬을까. 베드로는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나사렛 예수를 믿었다. 추앙했다. 사랑했다. 그분이야말로 자신의 주님이라 믿었고, 그분이 세상의 구원자라 추앙했고,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기에 사랑했다. 그래서 성전경비대와 로마군에게 거칠게 끌려가시는 예수님의 뒤를 쫓았다. 그가 사랑하시는 다른 제자 한 사람과 함께. 나머지 모든 제자들은 사방으로 달아나버렸지만, 베드로만큼은 끌려가는 나사렛 예수의 뒤를 따랐다. 그분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행한 제자의 도움으로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