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의 작고 소식을 듣고, 묘하게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카레닌'이라는 강아지였다. 그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카레닌이 개가 아니라 인간이었다면 틀림없이 테레자에게 오래전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봐, 매일같이 입에 크루아상을 물고 다니는 게 이제 재미없어. 뭔가 다른 것을 찾아줄 수 있겠어?' 이 말에는 인간에 대한 모든 심판이 담겨 있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행복이 반복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복에서 권태와 매너리즘을 느낀다. 그러나 강아지가 행복할 수 있는 건 매일 다니는 산책길, 매일 먹는 간식, 매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기는 순간을, 매일 똑같이 행복하게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때문이다. 카레닌은 그저 매일 '크루아상을 입에 물고 다니는 것'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