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대상들에 대한 인문학적 개입
기계 비평은 기술적 대상이 사회적 맥락 없이 순수하게 존재하며 인간이 이용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관점을 지양하고, 그것이 사회를 반영하는 동시에 사회를 구성·재구성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즉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도구를 인간이 일방적으로 쓰는 모습 속에 ‘은폐’돼 있는 인간(사회)과 기계의 ‘상호구성성’을 ‘탈은폐’시키는 일이다. 그러므로 기술적 대상을 비평하기에 앞서, 너무나 익숙한 탓에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기계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대 의료체계 하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임신한 사람이 출산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기술적 대상을 생각해보자.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병원에 가기 위한 교통수단(자가용, 택시, 구급차 등), 임신한 사람과 태아의 상태를 검사하는 의료기기, 의사와 간호사의 의료 지식, 수술 도구, 수술실, 병실, 신생아실 등이 있을 것이다....